즐거운부엌 영업 종료합니다 음식공작소 즐거운 부엌

즐거운부엌 영업 종료합니다.

그동안 애용해 주신 분들께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섭섭해 하시는 회원들께...

영업 종료 공지만 남겨놓고 가기엔 제가 좀 더 미안해서요.

그리고 너무 감사해서....조금 이야기를 남겨 놓고 가려합니다.

 

저희가...7년 정도 반찬을 보내드리면서..

제 개인적으로 많은 일을 함께 하다보니..

성심성의를 다 하지 못한 듯해 그 또한 후회와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가 가게를 오픈한 2012년은

인천여성복지관에서 국비로 지원받은 반찬가게 창업반 수업을 진행한 직후입니다.

수강생들이 취업은 물론 창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아무 생각없이...망하면 문닫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무책임하게 시작한 작은 가게랍니다.

특히 요즘....백종원 씨가 하는 대용량 요리 유튜브있잖아요.

저도 그 대용량 조리에 대한 강한 로망이 있었습니다!(요리 강사의 4인분 보다는 대량조리 말입니다)

 

그런데...가게를 개업하고 곧바로...다음 해에...

외식경영학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는데...(이 역시 크게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갑자기..;;;;)

학교를 입학하기 바로 전 몇달과 박사 1학기 초에

그야말로 장사가 대박나게 잘되던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월/화요일에 가게에서 죽도록 일을 하고...(주문은 많고...알바샘들은 나처럼 일을 못하고)

수요일날 학교를 가야하고...이런 생활에 지쳐서..

박사 1학기에 들어가자 마자...주변에 '즐거운 부엌 문 닫을 거야!'

계속 이러고 다녔습니다..;;;;;

 

사실 독문학 박사과정 할 때처럼 공부만 하고 싶었고..

남들처럼 강의 다니면서 학교 다니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박사 2학기 때....기라성 같은 외식업계 선배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선배 한 분이..."육수 끓이느라고 6개월간 집에 못 들어갔다" 이러시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 가게의 '핵심전략'이 바로 육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강의를 듣고 나서....제가...즐거운 부엌을 좀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다니느라고....최고 매출 찍을 때 관리를 못하고 망조가 들어가던 즐거운 부엌..

최고 매출의 반만 팔아도....수익이 비슷하게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료 구매 관리..조직관리 등을 조금 더 면밀하게 하는 법을 ..

장사를 제대로 하는 법을 조금씩 공부하면서 배우고..또 조금씩 적용해 보기 시작한 거죠.

꼭 매출을 많이 해야 수익이 많이 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장사를 배워야 하는 시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들처럼 저렇게 저기 서서 강의라도 해보려면..

즐거운 부엌을 계속 해야 하는 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하다보니까...약간 미쳐가지고.....;;;(인문학과 달리 새로운 방법론을 배워야 해서요!)

방학 때는....다른 학교 가서 특강을 듣고...우리 학교에서도 특강을 또 듣고..

그러니까..방학 때 마다.....특강을 2개 정도씩 기본으로 듣고...

학기 중에는 제 수업 없는 날 일하고 나서 다시 학교에 와서...

양해를 구해 석사 야간수업을 청강하고...;;;(이 때 미쳤던 거 같아요!)

일이 없는 금토일요일은 정독 도서관에 들어가서...하루에 12시간씩 앉아있다 집에 돌아오는..

40대에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공부에 미쳐 살고 있다보니까...

즐거운 부엌은 저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예전부터...저의 가장 중요한 지론은...

직업은 곧 생업이라는 것!

 

외국에 유학간 애들이 요리가 하고 싶어서..

저처럼 되고 싶다고 문의 메일을 보내오면..

요리 해서 먹고 살수 없다면 그건 직업이 아니다.!

다 버리고 와서 요리공부하고 그걸로 먹고 살 자신 없으면
(절박함과 치열함이 없다면!!!)

그냥 집에서 요리하고 취미생활이나 해라!

라고 참으로 냉정하게 말해왔고..스스로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즐거운 부엌은 저의 자존심과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부엌은

학비를 준비해 주었고..

부족하지 않은 생활비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고 나니..

더이상 즐거운 부엌을 하지 못할 거 같았습니다.

너무 힘든 일이였고...

주경야독으로 심신이 완전히 지쳐있었습니다.

 

그런데....학교 마치고 보니 즐거운 부엌 매출도 추락하고..

제가 성심껏 준비를 못해 드린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는 저희 부엌 회원들이...

즐거운 부엌을 여전히 더 필요로 하고..

더 아쉬워 하는 그 순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또 떠나지 못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지난 해 봄에 저희는 가게를 오픈 한 후 처음으로

월회원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숫자였습니다.

...

...이제는 가야겠다..

작년 봄에...

이제 아쉬움과 함께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별일은 없고..!

그냥 어영부영 하다보니...또 봄이 왔습니다.

올해 봄에 저희 부엌은.....

주력하던 특정 지역의 회원들을 거의 완전히 잃었습니다.

(장사는 정글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올 지 모릅니다)

 

또 열심히 하면....(장기이용고객이 많고 신뢰가 높은 우리가게는)

가을쯤 되면 회복이 되고..

내년 봄이 되면...또!

 

그런데...제가 더이상 그 과정을 또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최근에 아주 커다란 반찬가게가 생겼습니다.

반경 100미터 이내로...반찬가게가...대략 5개도 넘게 있습니다.

반찬 쪽은 저희같은 온라인 업체보다는...오프라인 업체가 강세입니다.

주변에 좋은 가게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떠나면....

유난히 많은 장기 이용 회원들...

그리고 최근에 오신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즐거운 부엌을 아쉬워 하실 듯합니다.

 

그만 가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부터...열심히 하면서 회원을 좀 더 모았고...

무너진 부분을 새로 구축해 가면서....

또 한편으로는...즐거운 부엌 종료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마지막 작업을 한 후...

즐거운 부엌의 냉장고 2대의 전원을 껐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인연이 닿는다면..어디서건 또 저를 만나시게 될겁니다.

당분간 저는 세장동구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9월이나 10월쯤은 어디 시골동네에서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못했던 일을 좀 하고 싶습니다.

 

인문학 할 때....제일 고질적인 고통은

언제 어느 때라도 인문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선배들이랑 이구동성했었는데..

 

장사를 해보니...장사란 것이..그렇습니다.

하는 동안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더군요.

 

이제 갑니다.

 

세장동구의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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