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베트남 쌀국수에 매혹 당하다.

오늘 낮에 ..-아..어제 낮인가?-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오늘로 꼭 3번째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 것이다.
남들이 이미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먹고 또 많이 먹은 지금에서야
나는 겨우 3번째로 쌀국수를 먹게 되었다.
더구나 오늘 먹은 집은 사실 이전에 2번을 먹은 집보다 국물의 맛이 덜했다.

쌀국수 유행이 시작된 게 언제인데 이제와서 쌀국수에 매혹 어쩌구 한다고 생각들을 하겠지만..
나는 베트남 쌀국수에 대해 솔직히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쌀국수를 보고 들었지만....
왠지 전혀 식욕이 땡기지 않았고
관심이 가지 않는 음식이었다.
희멀건한 국물에 얇게 썬 고기 몇 점...
사이드 접시에 수북히 쌓여있는 이해 안되는 숙주나물까지..
다른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맛으로 저 음식에 호감을 가지고 먹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그러던 어느날....나에게는 우연찮게 쌀국수 먹을 일(?)이 생겼다.
처음 만난 쌀국수는 예상처럼 먹기가 쉽지 않았다.
쌀국수 국물에서 나는 낯설은 향신료의 향 때문에 식욕은 커녕..-_-;;
곤혹스러움이 느껴졌다.
희멀건한 국물은 수저질을 할수록 맛이 없다고 느껴졌고..
피클이나 단무지 쯤...아니 김치 한 보시기가 필요한 지경이 되어버렸다.
(분명 느끼한 음식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날 나는 다시는 베트남 쌀국수 따위는 먹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해 버렸다.
어짜피 흥미가 느껴지지도 않았었고, 예상대로 맛이 별로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주 한참을...지내다가...또다시 베트남 쌀국수 먹을 기회가 생겼다.
나는 처음에 아주 맛 없었던 기억 때문에...아니 솔직히 첨부터 아예 호감이 없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에..
별 기대없이.....베트남 쌀국수 집으로 향했다.
(다이어트 중이라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다 싶어 별기대없이 그냥 오케이했다)

그런데 두번째 쌀국수를 먹은 날....
여전히 맛이 없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베트남 쌀국수가 내 입에 살살 붙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베트남 쌀국수를 먹은 집과 같은 집이었다)
그때의 경이로움이란...ㅎㅎㅎ;;;
-남들에게는 이런 사건이 대수롭지 않겠지만..나는 이날 상당히 크게 놀랐다-
이 날 나는 꽤 맛있게...쌀국수 한 그릇을 비웠고..
전처럼 단무지라도 좀 주지..하는 생각이 들지조차 않았다.

요새 다이어트 한다는 핑계로..
어제 세번째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게 되었다.
두번째 먹을 때 상당히 꽤..맛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목숨 걸고 찾아 먹을 음식은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번째로 쌀국수를 먹고 나서 나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퍼플독님이....오직 쌀국수가 먹고 싶어서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올라온 적이 있다는 말을 하던데..
이제는 어렴풋이 그런 심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진국을 좋아하는 한국사람의 입맛에는 좀 흐린 듯한 육수가..
오히려 은근하면서도 끈기있게....내 입맛을 부드럽게 사로잡았고..
물냉면의 고명으로 올려 나오는 고기가 퍽퍽해서 먹지도 않고 남겨버리던 것과 달리
베트남 쌀국수에 종이처럼 얇게 썰어 올려져 나온 차돌박이와 쇠고기 안심은
특유의 소스에 찍어먹을 때 느껴지는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즐거웠다.

국수를 먹는 동안 뜨거운 육수와 국수로 뒤덮어 살짝 익혀먹는
숙주나물을 씹을 때 느껴지는 경쾌한 아삭거림이 사랑스럽고..
곁들여 나오는 양파(절여서 약간 새콤하게 한 것 같은데)와 국수를 함께 먹을 때 느껴지는
산뜻한 맛이 행복했다.

과다한 녹차 카페인 섭취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오늘밤....

나는 결국 나 자신이
베트남 쌀국수에 완전히 매혹당해 버린 사실을
비로소 스스로 인정하고 깨닫게 된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이런 표현을 즐겨썼다.

"난 된장찌개 뚝배기 같은 사람이 좋아!!"(익숙하면서도 변치않고 뭉근하고 지속적인 맛!)

그런데 나는이제부터 이런 말을 혼용해서 쓰게 될지도 모른다.

"난 베트남 쌀국수 같은 사람이 좋아!"
(낯설어서 무관심하고..접해보니 역시나 아니라고 생각했고..조금은 힘든 과정에서 발견한 맛!)

낯설고 맛이 없는 것인 줄 알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으로부터 느껴지는 매혹..
그것은 솔직히....익숙한 것으로부터 느껴지는 매혹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끊어내기 힘든 것이다.


-정말 요샌 먹는 게 아주 큰 낙이에요..^^...
선배들이 그러더군요..나이 들어봐라..먹는 게 낙이다.ㅎㅎㅎ -


-검색해보니 요리법이 있다. 만들어 먹고 싶다..이 레시피 맛있으려나..-_-;;
베트남 쌀국수 레시피 링크


-검색해 보니 이런 제품이 새로 나왔다. -한번 사먹어 봐야겠다-
농심 쌀국수 -포들면

by 런∼ | 2006/03/21 03:54 | 맛집/맛있는 여행~ | 트랙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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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og at 2006/08/03 10:26

제목 : 스파게티가 가고 쌀국수가 왔다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밥을 사주겠다는 사람과 밥을 사달라는 사람. 밥을 사주겠다는 고마운 부류에 속하는 티티님을 따라 간 곳이 ‘오리엔탈 스푼’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늘 날 찾......more

Commented by 곰부릭 at 2006/03/21 08:25
크흐~ 진짜 쌀국수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힘들죠~ 일견 간단해(?) 보이는 요리지만 가게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큰거 같아요. 맛없는 집은 진짜 맛 없어요~ 근데! 저는 이미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해보겠노라~하고 쌀국수용(업소모드) 재료를 알아보니 약간은 조미료의 힘이더군요~ 순수한 육수로는 그 매혹적인 뒷맛이 안난다고 해요~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6/03/21 08:28
런님의 말을 들어서 베트남 쌀국수가 땡기는군요ㅠㅅㅠ
Commented by 冷箭 at 2006/03/21 09:40
과음한 다음날 숙취해소에 베트남 쌀국수가 특히 끝내줍니다.
Commented by Nariel at 2006/03/21 10:53
온니 울 회사 앞에 놀러와유~ ^^ 맛난데 있음~
Commented by gaya at 2006/03/21 13:25
그게 은근히 중독성이..^^;; 저도 그랬습니다.
요즘은 너무 많이 생기고 어느 정도 한국화 되어 맛이 특색없이 심심해진 곳도 있지만, 제가 먹을 당시는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고기 냄새랑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꽤나 강했거든요.
근데 처음 먹을 때와 두번째 먹는 게 틀리고 세번째엔 점심 때마다 생각이 날 정도...
Commented by 푸른마음 at 2006/03/21 13:27
전 딱 한번 먹어보았는데도 맛있더군요.
Commented by 라니안 at 2006/03/21 18:30
저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군요 ㅋㅋ. 처음에는 영 아니었는데 먹을수록 땡기네요
Commented by 티니 at 2006/03/21 20:27
두번째가 저랑 퍼플독이랑 먹은거죠? ^^ 맛났어요!! ^^
근데 언니~ 저 지난주 토욜부터 꾹 참고 있어요. ㅠ_ㅠ
낼 제 생일인데, 꼭 먹어줘야지~ ^^ 생일엔 면을 먹으라잖아요.ㅋㅋㅋ
Commented by che7 at 2007/01/24 02:02
농심 쌀국수......농심의 비극이자
베트남 쌀국수의 비극이지요
Commented by 런∼ at 2007/01/24 09:28
che7님 동감..-_-
Commented by greatdobal at 2008/01/10 16:44
쌀국수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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