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녹차잎....너는 장아찌가 될 운명?!..^^ 차(Tea) 이야기

일전에 경남 하동에서 녹차 제다 실습하고 돌아오는 길에..(아래 링크 참조하세요)

녹차 제다 실습 .... 차를 처음 '볶는다'는 것


생차잎을 1킬로그램 정도 사왔습니다.
술을 담기 위해서 일정하게 처리된 차 1킬로그램과 생차잎 1킬로그램
그리고 직접 만든 '매우매우 세속적인 욕망에 시달리는 차(이하 세속차)' 200그램을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왔었지요.

지금도 사실 제가 만든 세속차를 마시고 있는데요..^^(세속차 시음 후기는 다음 편에 쓸께요..^^)

지난 달 25일날 가져온 생잎이니까..
벌써 2주가 다 되도록 냉장고 야채칸에서 묵묵히 잠잠히 있던 생차잎..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도무지 까만 비닐봉지를 열어볼 틈이 없었습니다.

더구나...생차잎 1킬로그램은 나에게 매우 많은 양...

개인적으로
생차잎을 굳이 삶거나 말리는 것은 매우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그럴 바에야  차라리 볶아만든 차를 먹겠죠)
어떻게든 생차잎 본연의 상태에서 그것을 살려 섭취하는 것이
생차잎을 먹는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싱그러운 차잎부침할 때...한줌..(먹어봤어요!)
차백설기 할 때 한줌....(비슷한 걸 먹어본 듯 해요)
된장찌개에 한줌.. (안 먹어봤지만 다른 요리를 더 생각하기 귀찮은 거죠..;;)

그래봐야 겨우 3줌밖에 소비를 할 수가 없겠더군요.
(생차잎 요리는 기교가 필요없는 게...그저 생차잎의 자체를 섭취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생차잎 이외의 재료는 간단할 수록 좋다고 봅니다.)

마음 속에서는 매일매일...냉장고 속의 생차잎 때문에 고민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1주일을 넘기고 나니까....까만 비닐봉지를 열기가 두려워지더군요.
모두가 상처받고 짓물러 있으면 어떡하겠어?...-_-;;; 나는 이런 걸 감당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1주일을 넘기고 10일이 다 가니까...애초에 나는 3줌만 먹고 이웃에게 나눠주었어야 했어!
하는 생각때문에 역시 또 괴로운 거에요.

그런데 어제...머릿 속에 갑자기...녹차잎 장아찌를 담그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것만이 현재 내가 생차잎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거 같구요.
그래서 차잎에게는 미안하지만....

무려 10일만에 냉장고속 야채칸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까만 비닐봉지를 열어보았어요.

원래 이랬던 애들인데요...



10일이 지나니까....;;;; 다소 상태가 안 좋아졌더군요..(뭐..당연한 결과잖아요!)
조그만 창같고 깃발같은 어린 잎은 거의 모두 갈색이 되어버렸고요....(그래도 일반 채소에 비해 거의 무르지 않았어요!!!)

다행스럽게 차잎의 강인함과 고고함 때문인지...큰 잎들은 생각보다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더라구요.
원래 장아찌는....약간 뻣뻣한 식물 잎으로 담으면 맛있어요!!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요..ㅎㅎㅎ)

그래서 할 일하다가 한번씩 차잎을 다듬다 보니...
거의 절반 가량은 음식 쓰레기통으로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ㅠ.ㅠ;;;;;;
(비오는 날 찻잎을 따주신 할머니들께 매우 죄송스럽습니다만....;;;)

그리고.....인터넷 검색으로 '차잎장아찌'를 찾아봤는데...
내가 원하는 '즉방'은 없더군요.;;;

덖어서 유념까지 해서 장아찌를 담는 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전 그런 건 싫고..
생잎을 그대로 살린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없어서...
그냥.. 간장 : 식초 : 설탕  : 소주(어제 차술 담궈서 항아리 닦고 남은거에욧)
이렇게 넣고 끓여서..(물론 소주는 나중에 식힌 후 붓고요) 식힌 후..
다듬은 찻잎을 풍덩 담궈버렸습니다..




그런데 담그고 나서...약간 후회가 되는 게..
차잎 특유의 냄새가 갈수록 진해지고 있는 데다가...;;; (이런 점은 매우 맘에 들지 않네요)
그런 연유로....소금물에 한번 절였다가 꺼낸 후.. 간장물에 담글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오고 있어요.
아니면 그냥 소금물에 절일 것을 하는 생각도 역시 밀려오고 있어요..;;; (고추잎장아찌같은 거처럼요)

일단 실험정신으로 담근 차잎 장아찌인지라....
오늘 저녁에 다시 간장물을 끓여 식혀 부으면서 보름에서 한달 정도 기다려 보려구요.

그리하여...나에게 온..이 찻잎은..
아무리 생각해서...장아찌가 될 운명이었던 거라고 굳게 믿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부지런한 주인을 만났다면...
차떡으로...차부침개로...차 된장찌개로...차..모모로 다양하게 쓰였을텐데..
게으른 주인을 만나서....긴가민가하는 레시피로...
차 장아찌가 되어 간장물에 잠겨있는 나의 차잎들..^^

미안미안...고생이 정말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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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쑴쑴쑴 2008/06/05 11:00 # 답글

    혹시 이 책 쓰신 분입니까?
  • 런∼ 2008/06/05 11:26 #

    네..^^; 책을 내면 책이 묻힐까봐..홍보를 합니다..^^
    힘들게 얻은 제자식이라...묻혀버리면 또 맘이 안 좋거든요..^^
  • 쑴쑴쑴 2008/06/05 11:29 #

    작가가 자기 책 홍보하는거야 당연한거지요.
    어쨌든 대단합니다.
    언제나 책에서 작가의 정성을 읽습니다.
  • mimika 2008/06/05 12:37 # 답글

    중국요리중에 龍正鰕仁(롱징시아런)이란 음식이 있어요.

    알새우살이랑 차잎을 같이 볶아서 만든 짭쪼름한 맛의 음식인데, 용정 여행갔을때 먹어봤거든요.

    너무 맛있었어요. 음식 공부하시는 분이시라 분명히 아실듯^^

    그거 해드시면..좋으실텐데..차잎이 장아찌되기엔 너무 아깝네요.
  • 런∼ 2008/06/06 09:10 #

    중국요리에 그런 게 있군요. 그 중국요리에도 생차잎을 넣었나요?
    사실 차 요리는 생차잎이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적절한 조리시점에 넣어주기 때문에
    드신 요리에 들어 있는 것이 생차잎인지요?..^^
    저라면 그 붂음 요리에는 차를 우리고 난 후...찻잎을 넣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볶음을 하는 육수를 우려낸 찻물로 해서 만들고요.
    (중국요리는 볶음에도 육수를 조금 넣고 전분물로 마무리하던데요)
    개인적으로 생차잎을 이용한 요리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강한 다른 맛을 가미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음식공부하지만 중국의 세세한 음식까지 다 알지는 못하구요...^^
    왜..그렇잖아요. 국문학 전공하는 사람이 세계문학 다 아는 것이 아니고..
    그리고 또 국문학 중에 시 전공한 사람이 소설이나 드라마까지 정통한 것이 아닌경우죠..^^

    그리고 차잎 장아찌..
    매우 고품격 음식이랍니다..^^
    안타까운 이유는...즉방 레시피를 못써주고..
    실험용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 greatdobal 2008/06/05 14:43 # 답글

    밍밍한 음식이랑 같이 먹으면 좋겠네요.
    아님 잘~삭은 뒤에 밥에 비벼서?

    녹차장아찌라... 왠지 특유의 풍미가 입맛을 돋궈줄 것 같군요.
  • 런∼ 2008/06/05 21:45 #

    제 생각에도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불안감이 동시에 들고 있답니다..
  • 현재진행형 2008/06/05 15:52 # 답글

    생차잎은 먹어본 적이 없네요. *_* 어떤 맛일 까 궁금해요.
  • 런∼ 2008/06/05 21:46 #

    생차잎은 약간 쌉쌀하면서도 미세한 단맛이..
    언젠가 하동이나 보성이나 제주다원에 가시면..
    두려워 마시고 생차잎을 따서 한번 씹어 보도록 하세요..^^
  • 코난 2008/06/05 16:20 # 답글

    잘 만들면 맛이 대박이라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시식해 보시고 후기도 한번 들려주세요^^
  • 런∼ 2008/06/05 21:47 #

    그러게 말입니다.
    매우 고품격 장아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식 후기..올리게 되길 빌고 있습니다..^^
    오늘 밤...간장을 한번 다려서 다시 부어두었습니다.
  • 2008/06/05 20:5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런∼ 2008/06/05 21:53 #

    볶음과 덖음은 온도 구분을 하기 위한 것인 듯합니다.그리고 그러한 온도의 차이를 통해서
    차의 맛 중에 끌어낼 것을 끌어내고 누그러뜨릴 것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볶음이..태우는 정도까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같은 초보자가 차를 만들러 갔을 때
    320-350도의 고열에서 차잎을 태운 것이고 기능이 뛰어나신 분들은 절대 태우지 않고
    차의 맛을 끌어내고 누르고를 조절할 수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차를 공부하고 있지만..
    차 용어의 어려움과 차 용어가 매우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바로 지금이 누군가에 의해서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와 정리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 mimika 2008/06/06 11:05 # 답글

    음..생찻잎이였나 ...한번 우려낸거였나..

    먹어본지 오래되서..근데 입안에 걸리는거 없이 잘 넘어갔었어요.

    게다가 다른 중국요리스럽지 않게 이것저것 향신료라든가 다른 재료가 들어간것도 아니였고, 오직 새우살과 녹차잎만 있는 약간 걸쭉한 소스의 요리였거든요. 분명히 녹말물은 아주 약간 첨가했을거에요.

    베이징에서 강한 향신료의 요리만 먹다가 그걸 먹으니 왠지 새롭고 신선해서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고 또 한번 먹어보고 싶은 요리였거든요.
  • 런∼ 2008/06/06 15:19 #

    네..만약 강한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생차잎을 사용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저는 강한 향채나 기타 조미료가 사용되는 요리라면 생차잎을 넣지 않을 거 같아서
    질문을 드렸습니다..^^

  • 2008/06/06 11: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런∼ 2008/06/06 15:18 #

    샐러드용 채소 틈에 조금씩 섞어서 샐러드로 먹어도 좋을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먹어볼까 하다가......귀차니즘 때문에......묵혀두었다가 모두 장아찌를 만들고 말았지만요..^^
    오늘 장아찌를 살짝 열어보니...냄새도 덜하게 느껴지고..약간의 기대감이 생기더군요...^^

    그 다음 다른 것은 비밀글님 블로그에 비밀덧글로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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