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펌] [백년명가 ①] ‘한식의 정수’ 한정식 우리 음식 이야기

원문 : http://myfriday.joins.com/myfriday/article/m_article_view.asp?aid=278087&servcode=3020202

[백년명가 ①] ‘한식의 정수’ 한정식

한정식은 한식의 정수다. 오래 묵힌 장맛을 기본으로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음식을 ‘특별한 날에 장만해 특별한 사람과 함께 먹는 별식’이 한정식이다.

음식업계에서는 한정식 집을 운영하는 오너를 ‘종합예술가’라 칭한다. 단순히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을 내놓는 예술가라는 경이가 담겨져 있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만큼은 어떤 영감에 빠져든다”는 진주 ‘아리랑’ 이소산(56) 씨의 말이 가식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요즘 한정식은 몇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큰 변화는 ‘서울 스타일’이 전국 한정식의 주류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한때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내는 전라도 음식이 한정식의 대표로 여겨졌다. 바다·들·산에서 나는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쨍한’ 맛을 내는 전라도 음식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반면, 요즘은 서울식이 대세다. 서민들이 먹던 음식이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이어져온 서울 사대문 안 음식, 곧 반가의 음식을 뜻한다. 반가 음식이란 궁중음식과 일맥상통한다. 양반가는 수시로 왕가와 사돈을 맺었다.

안양과학대 호텔 조리과 임경려 교수는 “궁과 사돈을 맺은 친인척 간에 음식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궁중음식이 민가에 자리잡게 됐다”고 말한다.

전라도·경상도를 비롯해 전국에 궁중음식이 퍼져나간 것은 대략 1990년대부터다. ‘궁중음식연구원’(한복려),·‘한국전통음식연구소’(윤숙자)가 한식 조리의 2대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으면서, 전국의 유명 한정식 사장들이 이 곳에서 음식을 배우기 시작한 시기다.

1991년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음식을 배운 목포 ‘옥정’의 손성애 사장은 “궁중 음식은 가장 특별한 음식으로 대접받기 때문에 전라도 한정식에 이를 접목했다”고 말한다.  


특히 2003년 드라마 <대장금> 이후 궁중음식은 한정식의 주류로 등장한다. 단품 메뉴는 구절판·신선로·너비아니 등이 대표적이다. 궁중 음식은 대체로 간이 싱겁다. 이는 ‘슴슴한 맛’으로 표현되는 서울의 가정식과 통한다.

한복려(궁중음식 무형문화재) 씨의 궁중음식 이수자인 홍순조 씨는 “간을 세게 하지 않은 슴슴한 맛은 서울 사대문 안 음식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한다.

한세기 전까지 양반가에 전해졌던 슴슴한 맛은 최근 건강을 우선으로 치는 세태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요즘 한정식은 양으로 승부하려 않는다.

전주 ‘궁’의 유인자(57) 씨는 “예약할 당시부터 ‘양을 적게 해달라’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전주·광주·진주=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백년명가 ②] ‘정식 코스’ 없는데 왜 한정식이라 부를까?
한정식의 유래는 요정음식과 맞물려 설명된다. 호서대학교 정혜경 교수는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궁중요리를 담당하던 이들이 요정으로 건너가면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1900년대 초 수라상을 담당하던 대령숙수 안숙환이 궁궐을 나와 최초의 요정 ‘명월관’을 열었다고 전해진다. 때마침 관기제도가 폐지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기생들이 명월관에 모여들게 된다.

이때 ‘궁중음식’이란 명목으로 판 명월관이 고급 요리집의 출발이었고, 선보인 음식은 한정식의 전신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대령숙수는 조선시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궁중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남자요리사를 뜻한다.

일제 강점기 때 이광수의 소설 등에 보면 ‘요정’이라는 곳이 자주 등장하는데, 당시의 한량들은 이곳에 가야만 연회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식은 식사 중심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외식아카데미의 박창선 차장은 “당시 상차림은 술안주용이었을 것”이라며 “요정 요리를 한정식의 뿌리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에는 전라도 한정식이 서울까지 두각을 나타낸다. 남도 음식 특유의 자극적인 맛과 다양한 젓갈 등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설에는 광주 송죽헌에서 처음으로 한정식이라는 메뉴를 상품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양식에는 정식 코스가 있는데, 왜 한식에는 없나. 한식의 정식이라는 뜻으로 한정식이라고 하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송죽헌에서 직원으로 일했다는 최인순 씨의 말이다.  

김영주 기자


[백년명가 ③] 지역별 대표 한정식 맛집
서울 용수산

서울에서 개성식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1981년에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개성식에 퓨전 스타일을 가미했다. 두부요리에 ‘데리야끼 소스’를 얹거나 튀김요리에 일본식 꽃 장식을 하는 식이다. 신세대 입맛을 가미한 소스나 음식을 담아내는 방식에서 ‘글로벌’ 감각을 도입한 것이다.

코스 초반에 나오는 ‘개성나물’은 숙주·미나리를 홍시소스에 버무려 내 놓는 음식으로 개성한정식 특유의 담백한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낙지·은행·밤·대추·배·절인 김치·무·북어포 등을 속 재료로 하고 젓갈·설탕·물엿·마늘 등으로 만든 소스에 양념해 배추 이파리에 싸서 내놓는 개성식보쌈도 있다.

보쌈김치를 절임 통에 쌓은 뒤 남은 양념과 양지육수를 섞어 만든 양념장을 절임 통의 3분의 1쯤까지 넣어 숙성시킨다. 뒷맛이 깔끔하다.

비원점 정주영(26)조리사는“고려의 도읍이었던 개성에서 먹던 음식들을 모아 놓은 한정식이다. 거기에 문헌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메뉴 개발을 시도한다”고 말한다.

용수산은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음식점이다. 단조로운 정통 한정식 사이에 자체 개발소스와 이국적인 장식으로 맛과 모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이유다.


서울 다정

궁중음식연구원 동문 모임인 지미재 회원들이 ‘서울식에 가장 가깝다’고 추천한 곳이다.  궁중음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음식과 그릇의 전체적인 색감이 화이트 톤이다. 그만큼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이 적다.

최기정 사장은 1994년 중반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음식을 배웠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친정어머니에게서 음식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최 씨는 “혜화동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는 음식 솜씨는 물론, 잔칫날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부엌 바닥에 물 한방울 튀지 않는 완벽한 살림꾼이었다”고 회상한다.

김치·나물·젓갈·게장·깻잎 장아찌 등 9가지 기본 찬에 물김치·죽·호박샐러드가 제공되고 탕평채·모듬전·대하잣즙무침·너비아니·식사(4인 10만원 기준)가 나온다.

최 씨가 논현동에 한정식집을 열었을 때는 전라도식에 비해 “서울식은 특별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궁중음식연구원에 입문했을 때 “친정 어머니가 하던 서울 가정식이 궁중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궁중 음식이라는 것은 예쁘게 꾸며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음식이 아니라,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자극적인 양념을 배제하는 서울의 전통 음식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전주 궁

건물 외관, 내부 분위기는 물론 음식도 전주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정식이다. 유인자 씨가 내는 음식의 내력은 시할머니 대로 올라간다. 유 씨가 김해 김 씨 집안으로 시집온 28년 전 시할머니 박금순(작고) 씨의 나이는 83세.

그러나 팔순의 고령에도 참게장·참게탕·너비아니·조기탕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시아버지가 건설업을 해서 집안에 항상 손님이 많았아요. 시할머니와 시어머니가 끊이지 않은 손님을 치르느라 집안이 늘 명절날 같았죠.”

9가지 기본 찬과 11가지의 한정식 메뉴가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았음은 당연하다.

“시댁에 묵은 장이 많았아요. 장독을 열어보면 오래된 된장 위로 소금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어요. 당시엔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정말 귀한 것들이었어요.”

음식 공부를 하고 싶어 1991년에 음식연구원 문을 두드렸을 때 비로소 할머니·어머니 손맛의 진가를 알게 됐다고 한다. “궁중요리를 배우다 보니까 ‘예전 할머니가 하시던 방법이랑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궁"은 유 씨가 시댁 어른들에게서 배운 ‘전주 가정식’과 궁중음식을 가미했다. 두텁떡·신선로·숭채만두 등은 궁중 음식, 참게장·참게탕 등은 집에서 하는 음식을 그대로 전수한 것이다. 기본 상차림은 9첩상에 구절판·두텁떡으로 시작한다.

이후 죽·백김치·샐러드·전·광어회·중간 탕(미역국), 신선로·너비아니·우럭찜·참게장 식사(4인 16만원 기준·계절에 따라 변동) 순으로 나온다.


광주 명선헌

광주에서 첫손에 꼽히는 한정식 집이다. 김치는 자타공인 ‘남도 최고’로 인정받는다. 최인순(60) 사장은 2001년 광주김치축제에서 보김치(보쌈김치의 일종)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본래 보김치는 개성의 궁중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 씨는 “전라도에서도 보김치는 양반가를 중심으로 담가 먹었다”고 전한다. 솜씨는 친정 어머니로부터 익혔다. 푸르름이 생생한 대여섯장의 배추잎 속에 감춰진 보김치 속은 바다에서 나는 청각·전복·소라를 비롯해 땅에서 나는 사과·배·석류·마늘·생강 등 3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단품 한정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씨는 2007년 서울 논현동에 이어 작년에는 서초동에도 명선헌을 냈는데, “서울사람이 ‘서울에서도 보김치 구경 좀 하자’고 채근하는 통에 분점을 냈다”고 한다. 최 씨는 젊은 시절, 고모내외가 하던 광주의 유서 깊은 한정식 집 ‘송죽헌’ 에서 음식을 배웠다.  

진주 아리랑

진주의 교방상을 재현했다. 교방상이란 진주관아에 속한 숙수들과 교방청 기생들에 의해 전해진 상차림이다. 평양과 함께 조선의 2대 기생으로 불렸던 진주기생의 상차림은 화려했다. 물론 이소산 사장이 내놓는 음식이 조선시대에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또한  ‘요정의 음식’ 이 아니다. 13년전 한정식 집을 내기 전에는 부산의 한 여고에서 교직생활을 했다는 이 씨는 “술 여자 음식이 어우어진 난잡한 음식 문화가 아닌 진주의 교방상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신선로·구절판·탕평채 등 궁중음식을 기본으로 전복회·홍어삼합·대하찜 등 해물 코스 요리, 궁중떡(4인 20만원 기준) 등이 나온다.

진주는 대체로 음식의 간이 센 편이지만, 아리랑은 담백한 맛을 추구한다. 젓갈은 전라도처럼 여러 종류를 내지만 재료는 다르다. 전복젓·가자미젓 등은 진주·통영·남해 일원에서 많이 먹던 젓갈을 낸다. 아리랑은 진주 인근 광양제철·거제조선소 등에 업무차 방문한 외국 손님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이 씨는 “1주일에 한 테이블 이상은 꼭 외국인 손님들 차지다. 음식 색깔을 보고 깜짝 놀라고, 음식을 입에 넣고 나서는 맛에 놀란다”고 전한다.

김영주 기자

[백년명가 ④] 한정식 밑반찬, 언제·어떻게 만들어질까?

한정식 집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정식 기본 상차림에 놓여지는 밑반찬은 1년 내내 준비해야 하는 농사일과 같다.

방 6개 규모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진주 아리랑 한정식은 하루 평균 50~60명의 손님이 꾸준히 찾는다. 평일·주말·휴일 상관없이 일정하다고 한다. 기본 상차림 또한 13년 전 문을 열었을 당시와 대동소이하다.

한상차림 뒤에서 벌어지는 이소산 아리랑 사장의 한정식 준비 과정을 들여다봤다. 이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 담그기다.

“매년 1년에 장을 담가 5년 이상 묵혀 쓴다.” 장맛은 곧 콩 맛,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게 우선이다. 소금 역시 중요하다.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한다.

밑반찬 또한 개성이 필요하다. 남들이 다 하는 밑반찬은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진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향토색 짙은 재료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배운운 문헌을 토대로 오디장아찌 등 독특한 장아찌를 내놓는다.

한정식 집이라면 “손님의 젓가락질이 한번도 가지 않더라도 ‘이건 뭘로 만들었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릇에 담는 양은 아주 적다.

진주 아리랑의 연중 음식준비 카탈로그

■ 1월
- 품목: 간장·된장
- 방법: 80kg 콩 10가마니 정도로 간장·된장을 담는다. 최대한 곰삭은 맛이 나도록 5년 정도는 숙성시킨다. 보통 2·3월에 장을 담그는 집이 많은데, 이 때 작업하면 5~6월이 돼야 된장이 된다. 이 시기는 파리가 많고, 기온도 높아 장이  넘칠 우려가 있다.

■ 2월
없음

■ 3월
- 품목: 가죽·두릅·제피·엄나무순·달래순·방풍나물·쑥 등  봄나물
- 방법: 장아찌의 숙성기간은 1개월 이상. 초봄에 시장에 나가 신선한 새순은 있으면 되도록 많이 사들인다. 장아찌는 1년 내내 비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껏 장만한다.  

■ 4월
- 품목: 멸치젓갈·까나리젓갈·전복젓갈·조개류 젓갈
- 방법: 멸치젓갈은 전통 방식으로 간을 세게 한다. 조금 싱거우면 쉽게 상할 수 있다.

■ 5월
- 품목: 꽃게장·더덕장아찌·죽순장아찌·매실액 담그기
- 방법: 기본 소스로 활용되는 매실액은 한식 조리에 꼭 필요한 레시피다. 매년 2000㎏의 매실을 사서 담근다. 꽃게장·전복젓갈은 간을 약하게 해서 담는다.  발효 기간도 짧다. 꽃게는 15일, 전복젓은 약 한달 정도다. 간을 약하게 한 만큼 담그자마자 냉장 보관한다.

■ 6월
- 품목: 마늘·참외·오이·토마토·도라지·콩잎·우엉·청매실
- 방법: 여름 제철 과일과 채소는 봄나물 만큼 중요하다. 여유가 된다면 많을수록 좋다. 품목당 300~500㎏ 정도 담근다. 각 재료에 맞게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병행해 사용한다

■ 8월
- 품목: 오디 장아찌
- 방법: 오디장아찌는 물이 많아 물러지기 쉽다. 진간장을 이용한 레시피가 따로 있다.

■ 9월
- 품목: 가자미젓갈·오징어젓갈
- 방법: 제철에 나온 해산물로 젓갈을 담근다.

■ 10월
- 품목: 감·밤·수삼·풋고추 장아찌
- 방법: 역시 제철 과일로 장아찌를 담근다. 풋고추와 풋감은 일차적으로 소금물에 삭힌다. 어린수삼은 수분을 제거한 상태서 고추장 밑에 밖아둔다.

■ 11월
- 품목: 대봉감·홍시·유자 구입
- 방법: 감과 유자는 소스로 사용하기에 좋다. 가을철 홍시와 유자를 대량으로 구입해 놓으면 요긴하게 쓰인다.

■ 12월
- 품목: 김장김치·동치미·갓김치·백김치 담그기, 명란젓갈·창란젓갈 담그기
- 방법: 김장은 12월초, 대략 1000포기 정도 한다. 믿을수 있는 농장에서 배추와 고추를 공급받다. 겨울철 젓갈로 명란젓과 창란젓을 준비한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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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삼별초 2009/05/23 22:45 # 답글

    하하 제가 다니는 업장의 소식을 이렇게 보니깐 그것도 느낌이 새롭네요 ^^;;
  • 런∼ 2009/05/24 09:24 #

    어딘가요?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가능하시다면 비밀 덧글 하나 달아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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