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 이야기] 요리 비법을 알려주세요!!! 음식(&추억) 이야기

요리 선생으로서....
주부들을 본격적으로 만나면서부터
나는 사실 처음에 매우 큰 고민에 부딪혔었다.

나는 우리 나라 과거의 요리, 말하자면 전통음식을 배운 사람이다.
내가 아는 것들은 모두 과거의 맛이고 과거의 것들인데..
나는 그것에 몇 년 간 깊이 매료되어 있었고..그것에 심취되어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것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라 믿게 되었고..
가장 바람직한 맛이라고 확신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사람들도 나처럼 그런 옛날의 요리와 옛날의 맛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사람들은 나와는 달랐다.
사람들은 과거의 요리를 마땅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옛날 요리 레시피들은....당분간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현재의 나에게는 적어도 별달리 쓸모가 없다.
그 자체로서는 말이다.

요리 수업의 첫번째 시간에 들어가면서부터
주부들은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고..
그 질문의 상당수는 요리 비법..숨겨진 레시피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옛날 요리들은 그 맛이 매우 정직하듯이....
현대인들이 좋아할만한 그런 비법은 사실 없다.
(뭐 내가 모르는 어느 종갓집의 비법 그런 건 있겠지. 궁중의 비기도...하지만 현대인의 입맛에 맞으려나)

우리 반 주부들의 연령 분포를 보면...30-50대....
주로 나의 연령대이거나 나보다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 나에게 요리를 배우신다.
(그래서 나는 첫번째 시간에 반드시 내 나이를 밝힌다..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주부들이 요리를 배우는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나보다 요리 경력이 많으시고 웬만한 요리를 다 할 수 있는 그 분들이
나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가장 원하는 것은 그래서 바로 '비법'이다.
다른 사람들이 안 넣는 비법 양념을 넣어서 
조금이라도 다른 맛을 뽐내고 싶어 한다.

주부들은.....마트에서 파는 다양한 국내외의 양념을 사용하고 싶어했고
수많은 외식에서 길들여진...복합적인 맛을 원한다.

나는...내가 가지고 있던 낡고 두꺼운 옛날 책의 레시피를...잠시 접어 두었다.
안타깝지만..현실이 그러했다.

지난 1년..나는 새로운 가정요리 레시피 북을 만들고 있다..
그 레시피 북은...수 천 개의 레시피의 분석과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나는 부엌에서도 살았지만 도서관에서도 살았다.

그런 가운데....
돈을 주고 배울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이 내 현실 속에서
내 손끝에서 느껴지고 배워지고 있다.

내가 분석해 본 수 천 개의 레시피는 나에게 맛을 상상하게 해줬고
빠진 양념을 알아맞히게 해줬고...
그 것들에 숨겨진 다른 이들의 비법을 캐내게 해주었다.
옛날 요리에 매료 되었던 지난 몇년처럼
고맙게도 이런 작업 역시 나에게는 아주 매혹적인 무엇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나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또한 주부들에게 알려줄 비법 파일을 축척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대략 2-3년 후쯤....
나는 주부들을 가르치는 일에 분명 나만의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가르칠 게 없어질 거란 뜻은 절대 아니다)
나는 분명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나는 그때 무엇을 할 것인지...벌써부터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일이 재밌지만...나는 이 요리 세상 속에서...
어떻게 더 많은 비법을 알아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
더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주부들과 함께 비법 탐구를 즐기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그런 고민이 나의 한쪽 발목을 잡고 있는 요즘이다.


*자려고 했는데 숙제 안 한 거 같아서요.
오랜만에 포스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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