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배추 집밥 먹기

오늘은 하늘이 쾌청한 게 ..

전형적인 가을하늘입니다.

햇볕은 따가운데 바람은 시원하고..

이런 쾌적한 날이 계속되면 정말 좋겠어요.

 

겨울은 생각만해도 끔직합니다.

추운 것도 싫고.....비염도 심해지고....

추워 죽겠는데 운동 안 하면 면역도 떨어지고...

혈압도 올라가고.. 좋은 게 하나도 없네요.

 

현재를 즐겨야 겠습니다.




이번 주 보내드린 반찬하고 거의 다 똑같아요.

닭곰탕. 돼지콩나물찜. 어묵볶음, 오이도라지무침, 다시마. 참나물무침입니다.

밥은 어떻게든 하루 한끼는 정상적으로 먹으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하지 않으면 싸돌아다니다가.......

별로 영양가 없는 거... 몸에 안 좋은 거만

골라서 먹는 거 같아요.

집에서 잘 먹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먹는 건 그렇고....요즘은 가을 배추 농사짓느라고 ..

온통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무슨 얘기만 시작하면..

기승전...배추니까요!

 

그러니까..뭐...

배추생각 뿐입니다.

 

어제 라디오 듣다가 모 정치인 아저씨가 나오셨는데

배추 농사 짓는다고....역시 ..기승전 배추...

배추 키우는 사람들만이 공감하는 신비한 느낌입니다. ㅋ

 

제가 배추보다 사람을 더 좋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ㅋ

 

원래 ...애정관계라는 건...단순하고도 유치한 것입니다.

 

나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당장이라도 쏟아 부어줄 대상.

 

시간과 노력과 돈은 나에게 있어서..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 탑 5안에 드는 것들인데

이 소중한 것들을 계산하지 않고 아낌없이 당장!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건 진짜 사랑에 빠진 거지요!




지난 일요일 휴식시간..

집에서 뒹굴뒹굴하는데...배추가 눈앞에 아른 거립니다.

 

10일전쯤 심은 배추모종말입니다.

월요일에는 비가온다는...비가 오고 나면 잡초가 무성해지는 봄농사 경험이 떠올라서

도무지 집에서 쉴 수가 없네요.

 

당장 차를 몰아 퇴촌으로 달려갑니다.

역시 나의 배추밭은 잡초투성입니다.

핑크핑크한 장갑을 끼고

핑크핑크한 챙모자를 쓰고...

호미를 들고...잡초를 뽑고..

무싹을 솎아내는 김매기 작업을 합니다.

 

허리도 아프고....무릎도 아프고...

어디선가 나타난 벌레가 저에 등살을 물어도..

배추를 위해서 .....잡초를 제거해야 합니다.

 

빨리 모종을 심은 제 배추밭은...(개장 당일에 심었습니다)

역시..잘 자라도 있습니다.

모종 심는 것은 봄에 많은 실패 끝에 완전히 마스터해서 그런지..

농사 몇 년 차처럼 능숙하게 잘 심고 잘 자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선점인가? ㅋ




핑크핑크한 장갑이 흙장갑이 되도록...

해가 떨어지면 어두워지고...여기는 야구장도 아니기 때문에

칠흑같은 어둠만 밀려올 텐데...

일단 .........최대한 속도를 내서...2시간을 전력질주하여...

잡초제거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차에 앉아..

분명 차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던 거 같은데...

................

 

어느새..배추밭에 서서 .....

배추를 보면서 간식을 먹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간식이 들어가는 거 같은데...

배추를 바라보는 눈은 도무지 떼어낼 수가 없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일단 집으로.




월요일날 비가 오고...

저녁에 7시쯤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서울시 도시농업과에서 날라온 문자..

"내일부터 웃거름을 주니까...꼭 받아서 뿌리세요!'

 

내일내일...화요일인데.....

가게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당장..배추밭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5시 반쯤에 일이 다 끝났지만..가게로 가지 않고........(당연히 우리 선생님들은 안 좋아하겠지만)

곧장 퇴촌으로 갑니다..ㅋㅋ;;;;;(미쳐가는가 ㅋ)

 

어짜피 가게로 가도 6시가 넘으니까.....가게로 가도 같이 마무리를 못하니까..

퇴촌에 가서 웃거름을 주는 게 낫지 않냐고 스스로와 선생님들을 애써 설득을 합니다.

 

가니까...6시 반쯤..

벌써 어둠이 슬슬 밀려오려하는데...

일요일날 잡초를 제거한 배추밭에 또다시 올라온 잡초를 보니까...

그걸 그냥 두고 웃거름을 줄 수가 없습니다.

 

또다시....잡초제거....그리고 웃거름 넣어줄 얕은 고랑을 만들기..

땀뻘뻘....허리는 나갈거 같고...;;;

그래도 소중한 배추가 찹초의 습격을 받게 할 수는 없잖아요!

 

이 날도 핑크핑크한 내 장갑은 흙장갑이 되고...ㅜㅜ




그리고 오늘..금요일..

어제 목요일.....수업 중에...

 

양파를 썰다가......배추....

소스를 배합하다가...배추.......

수강생 질문에 답하다가...배추...

그냥 뭐..기승전...배추 생각 뿐입니다.

 

그러니까...수강생 중 한분이...좀 있으면 배추에 배추벌레가 생기는데

EM 배양액을 뿌리면....배추벌레가 안 생긴다는 정보를 알려줌니다.

 

집근처 구청에서 EM을 무료 배포해 주는 건 이미 알고 있던터라....

당장 가서 EM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목요일 저녁에 퇴근해서.........밤늦게 원고를 쓰고..

아침에 눈을 떴는데....9시 50분..(젠장.)

 

빨리 퇴촌에 가야하는데..

주문 받아 놓은 추석맞이 맛간장 작업도 해야 하고..

하여간........합니다. 다 했어요.

그리고 구청에 가서 EM 배양액을 받아서 출발!

 

배양액을 1000배로 희석한 후...분무질을 열심히 하고 돌아오는 길..

검지 손가락이 아픕니다.

EM 작업 전에 또다시 잡초뽑고.......김매기 좀 더 해주고...

역시 오늘도 내 핑크핑크한 장갑은 흙장갑이고.

 

이토록 나의 시간과 노력과...그리고 휘발류값을 쏟아 부어서..

애정을 주고 있는 나의 배추들...

만약 잘 크면 좋지만.....중간중간 나의 속을 섞인다면..

'너네들 너무하네......'

 

비가 안 온다면...

'하늘도 무심하지..ㅠㅠ'

투정 좀 부려도 .......저는 그럴 자격이 있는 겁니다!

 

아무튼...배추는 저의 애정 속에서

이토록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배추를 바라만 보면 배추 곁에 잡초가 무성해지고

벌레가 먹고...그리고 성장을 어느 순간 멈추겠지요.

미워진 배추에게서 나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고..

그리고 나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없습니다.

 

애초에 잡초가 무성해지는 걸 보고도 무심할 정도면

그건 그냥 배추를 내가 좋아하는가 하는 착각에 빠져있는 거지

그건 진짜로...자연과 배추를 좋아하는 진심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 정도라면 당장..배추 농사를 집어치우는 게 맞습니다.

 

배추를 키우며 느끼는 게...

애정을 느끼고....주고..그리고 유지하고..

그것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는 것..

결코...쉬운 일은 아닙니다


덧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7/09/15 22:25 #

    우왕 ㅠㅠ 키우는건 힘들지만 그래도 배추부자시네요!!! 배추 한포기 7000원이라는 기사 어제 본 것 같아요 ㅎㅎ
  • 런∼ 2017/09/19 20:57 #

    네...저 배추부자랍니다..^^
    무려 60포기니까....42만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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